무용학과 존폐의 기로에서

춤추는거미 | 2011.12.08 23:13 | 조회 7354

무용학과 존폐의 기로에서



2011년 5월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학교 무용학과가 폐과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학생들은 폐과 철회를 외치며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학교 측은 두 차례 정원을 충원하지 못해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재정적인 문제로 폐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무용학과 측은 정원 미달이 된 이후 두 해 동안 정원이 모두 충원 되었으며 타 학과보다 1.5배의 등록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폐과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012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에서 무용학과 모집에 대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학교는 많고 학생 수는 줄어가는 요즘 대학들은 대학 평가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 대학의 경우 매해 학과가 없어지고 통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대학평가에 있어서 입학 지원율과 취업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비인기 학과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학교의 경쟁력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무용학과

대학교육은 사회 변화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학과를 같은 잣대로 평가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기초학문과 순수예술은 사회 변화와는 별개로 학문의 기본을 연구하는 학과로서 그 명맥이 이어져야 한다. 산업을 이끄는 분야의 학생들만 길러낼 것이 아니라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이들도 함께 길러야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 아닌가. 순수예술 또한 마찬가지 이다.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대학에서 꾸준히 인재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지방대학(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무용학과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무용학과라고 하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의 세 개의 전공으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세 개의 전공만으로 정원을 채울 수 없는 학교는 생활무용전공, 사회무용전공 혹은 뮤지컬댄스전공 등의 명칭으로 순수무용 뿐 아니라 재즈댄스, 벨리댄스,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함께 모집하고 있다. 또한 연극무용학과와 같이 연극학과와 무용학과가 통합된 형식의 학과들이 생겨났다.



올바른 변화인가?

이런 현상들이 올바른 변화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장르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여러 장르의 결합으로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요즘 예술계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현상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용학과 통폐합의 원인이 예술계의 흐름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단순히 학교의 경쟁력을 위해 상업적이 잣대로 학과의 통폐합이 이루어졌기에 학과 안에서의 교육이 창의적인 예술인을 배출할 만한 훌륭한 커리큘럼이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 지인을 통해 요즘 지방 대학의 무용학과 학생들의 학과 수업에 임하는 진지함이 급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흔히 ‘무용’ 이라 하면 어릴 적부터 수년에 걸친 교육을 받은 다음에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은 대학을 가기 위해 1-2년 혹은 몇 개월 생활무용을 배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무용이라는 학문에 대한 열의나 진지함이 부족하다고 한다.

대학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순수 학문에 대한 올바른 연구를 통해 학과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변화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쫒는 대학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 빛이 될 다양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대학의 본연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용학과 역시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예술적 깊이를 담아내는 학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글_쵸코 ds@dancingspider.co.kr
사진_네이버 이미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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