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마징가 1>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춤추는거미 | 2006.03.31 01:57 | 조회 5555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책 읽는 마징가’의 연재에 앞서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처럼 독자들에게 독서 안내서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필자의 얕은 독서량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앞서 밝힌다. 무용을 전공하고 전문 바보가 되어간다는 압박감과 함께 시작한 독서는 주위를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해 준다.
필자가 무용을 제외하고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미술이다. 우리가 교육받은 환경은 서양미술의 위대함을 강조해 왔다. 마음의 사대주의를 안고 미술을 관람하던 중 이 책을 읽고 한국미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주석의 방대한 지식과 세밀한 관찰,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한국의 미를 유쾌하게 여행할 수 있는 책이다.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 예술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책의 표지가 흔히 청소년들이 말하는 ‘비호감’이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예술서적과는 달리 <송하맹호도>의 무서운 호랑 얼굴 표지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림에 대한 이해 없이 책의 표지만 본다면 현대의 코드와 맞지 않는 ‘비호감’이라는 단어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강연 형식으로 책을 쉽게 풀어 설명하여 처음 한국미술을 접하는 독자에게 무리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또한 한국미술의 감상법을 알려주어 갤러리로 한 걸음 다가서게 한다. 옛 그림의 감상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를 전제로 한다. 책의 서두에 그림 감상의 세 가지 기본을 밝히고 있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림 크기의 1.5배 만큼 떨어져서 보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림의 크기에 따라 관람자의 위치가 달라야 한다.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보라. 젊은 관람자들이 가로쓰기에 익숙해 그림의 왼쪽 위를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옛 한국미술의 관람 시 세로쓰기를 할 때 오른쪽 위에서 왼쪽으로 썼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보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한 작품을 하루 종일 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이 미술 관람의 기본이다.
이 책은 대부분 단원 김홍도의 작품 설명이다. "야 참, 그 선 기가 막히다. 이건 화가의 팔뚝 밑에 세월이 한 이십년은 족히 들었구나."라고 이동주 박사가 김홍도 그림을 보고 말씀하셨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김홍도의 그림에 감탄하고, 열렬한 팬이 될 것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미술 작품을 토대로 만든 허구적인 소설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김홍도의 <씨름>, <무동>, <마상청앵도>, <송하맹호도> 등은 저자의 오랜 관찰로 추측 가능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두 책 모두 그 시대를 이해한 저자가 방대한 미술 지식을 토대로 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읽다보면 “아! 그렇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광표가 쓴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문화재의 재치와 해학, 익살과 여유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 또한 표지를 보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단 열 장만 읽으면 재미있어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또한 근대 한국의 미에 관심이 있다면 <김병종의 화첩기행>으로 격동의 세월과 함께 한 미술의 변화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양미술계의 화가들 못지않게 한국 예술가들의 드라마 같은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예술 사대주의에 빠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서 이러한 책들의 세계가 더욱 가슴 절절하게 남는다.

글_ 마징가 ds@dancingspider.co.kr 사진_ 네이버 책, 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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