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춤 젊은 감각, NDTⅡ 초청공연

춤추는거미 | 2008.05.24 01:23 | 조회 10126

젊은 춤 젊은 감각, NDTⅡ 초청공연


지난 17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성남아트센터에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Ⅱ(이하 NDTⅡ)의 초청공연이 있었다. 이날 성남아트센터에서는 100만 번째 관객을 찾는 이벤트가 진행되어 공연장 입구부터 관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다.
NDTⅡ의 무대는 지리 킬리안의 < Sleepless >, 한스 반 마넨의 < SIMPLE THINGS >, 오하드 나하린의 < MINUS 16 >의 공연이 있었다. 유럽을 넘어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안무가들의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NDT는 23세 이상의 무용수들로 구성된 NDTⅠ과 17∼23세의 젊은 무용수들이 활약하는 NDTⅡ, 그리고 40세 이상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NDTⅢ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 내한한 NDTⅡ는 젊고 열정이 넘치는 젊은 무용수 16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최고의 테크닉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무대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지리 킬리안 < Sleepless >
무대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네모반듯한 흰색 천들이 벽처럼 세워져 있다. 한 여성 무용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벽에 그려지는 그녀의 그림자도 함께 움직이며 무대를 가득 채웠고 서서히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흰색 천 사이로 사라진다. 천 사이로 무용수의 팔과 얼굴이 음악에 맞추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이어지는 남녀 무용수의 2인무는 두 사람의 바디라인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무중력에 있는 듯 가볍게 춤을 춘다. 두 사람의 팔과 다리가 이어져 하나가 되고, 에너지가 서로의 손끝과 발끝까지 이어지면서 완벽한 하나의 모습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조명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가 커지고 작아짐이 반복되며 움직임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음악에 집중하고 정교하게 반응하는 지리 킬리안의 안무 스타일답게 세 쌍의 무용수들은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반응한다. 음악을 듣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춤에 의해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춤과 음악이 함께 살아 움직인다.
무대를 가로질러 있던 흰 천들이 점점 올라가 공중에 매달리고 무대는 사방으로 트여 거대한 공간으로 변한다. 한 쌍의 남녀 무용수가 광활한 벌판에서 춤을 추듯 자유로운 몸짓으로 서로의 몸을 인식하고 탐색한다. 그리고 흰 천들은 제자리로 내려와 다시 무대는 분리된다. 무대는 무용수와 그림자가 함께 만들어낸 움직임으로 가득 채워진다.
벽처럼 세워진 단순한 흰 천 조각들은 다양한 무대효과를 만들어냈다. 약간의 조명 변화로 무대를 분리시키기도 하고 그림자를 이용하여 무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천 사이로 이루어진 등퇴장은 뒤에 있는 무용수들의 도움으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기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또한 음악에 맞추어 천 사이로 손과 얼굴이 왔다 갔다 하는 재미난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모차르트 음악을 편곡한 무대음악은 클래식 선율에 소리의 진동과 쇠 부딪치는 소리들이 어우러졌다.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으로 전혀 클래식 음악임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2004년에 초연된 26분의 길지 않은 작품, 지리 킬리안의 < Sleepless >은 최소한의 장치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아이디어와 안무로 세련된 무대를 선보였다.
한스 반 마넨 < SIMPLE THINGS >
경쾌한 멜로디의 아코디언 소리가 흘러나오고 타이즈를 입은 남성 무용수 두 명이 빠르게 춤을 춘다. 단순한 발레 동작과 재미있는 제스처를 반복하면서 경쾌한 장면이 이어진다. 음악이 바뀌고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두 쌍의 남녀가 파트너를 서로 바꿔가며 춤을 춘다. 한 쌍의 남녀 무용수가 춤을 추면 다른 남성 무용수는 무대 뒤쪽으로 걸어가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서 있다가 자신이 춤을 출 차례가 되면 다시 앞으로 걸어 나오기를 반복한다. 줄거리는 없는 듯 보인다. 건축을 하듯 반복적인 형식으로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공간을 채워나간다. 세 작품 중 가장 발레 테크닉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제목에서처럼 심플함이 돋보인 이 작품은 무대의 분위기의 변화가 거의 없이 반복과 변형이 계속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남성 무용수의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에 이어 남녀 무용수의 아름다운 2인무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처음의 장면으로 다시 돌아와 남성무용수들의 스피디한 움직임으로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음악에 빈틈없이 반응하도록 짜여진 안무와 비슷한 형식의 반복으로 구성된 연출이 독특했다.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17분이라는 짧은 구성으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하드 나하린 < MINUS 16 >
15분의 인터미션이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주어졌다. 두 번째 인터미션이 5분쯤 지났을 때 얕은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막 앞쪽에 나타났다. 들릴 듯 말 듯한 음악에 맞추어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곧 막이 오르고 객석에 불이 켜진 채 공연이 시작되었다. 남녀 무용수 구분 없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하나둘씩 등장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인다. 엉덩이를 삐죽거리고 팔을 지휘하듯 휘젓기도 하며 각자의 흥에 따라 춤을 추다가 음악이 커지면서 곧 군무가 된다. 경쾌한 음악에 관객들은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신나게 군무가 끝나고 막이 잠시 내린 후 객석에 불이 꺼지고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된다. 의자가 반원으로 놓여있고 10여명의 무용수들은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고 앉기, 파도타기처럼 차례로 몸을 뒤로 젖히기를 반복하며 움직임의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반복이 거듭되면서 모자, 신발, 양복을 차례로 벗어던지고 모두 잿빛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 된다. 잠깐 블랙 아웃되고, 그 사이 어느새 양복을 다시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일렬로 서서 무대의 양끝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한 번 왔다가는 동안 그 무리에서 한 사람씩 빠져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내용의 육성에 맞추어 춤을 춘다. 춤 이야기에서부터 가족, 좋아하는 것, 남자친구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늘어놓는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보사노바’, ‘차차차’, ‘Hooray for Hollywood’ 등 익숙하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뛰어들어 한 명씩 관객들을 데리고 무대에 오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무용수들의 리드에 따라 돌고 뛰고 흔들면서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마치 연습을 한 것처럼 군무가 되었다가 또 각자 움직이기도 하고 대형이 이리저리 바뀌기도 한다. 무대 위는 형식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흔들고 스텝을 옮기며 춤을 추었고, 객석도 덩달아 흥겨워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관객이 무대에 오르거나 공연에 참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관객과 무용수가 하나 된 공연은 처음 본 것 같다. 안무가의 의도대로 공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어 가능했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한 무대
세 작품 모두 각 안무가 특유의 개성이 마음껏 펼쳐져 힘차고 명쾌한 무대였다. 무대장치의 세련된 연출, 조명과 음악의 조화, 무용수의 시선 하나까지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빈틈없이 그려졌다. 무한 에너지를 가진 젊은 무용수들에 의해 무대는 더욱 신선했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무대에서 춤추는 이와 객석에서 보는 이가 모두 즐긴 공연이라는 점이다.
어린 무용수들의 열정적인 춤과 그들을 위한 안무의 조화가 관객들도 함께 춤을 추게 만들었다. 이런 안무와 춤의 조화는 프로그램에 나와 있던 지리 킬리안의 짧은 인터뷰 글에서 볼 수 있듯 무용수들과의 ‘인간적인 감정의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위적인 안무가의 위치가 아닌 젊은 무용수들과 함께 감정을 나누며 작업한 결과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춤, 그것이야 말로 관객을 감동시키고 무대와 객석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NDTⅡ의 공연은 벌써 다음 내한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


글_ 쵸코 ds@dancingspider.co.kr 사진_ 쵸코, 성남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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