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댄서 안유진

춤추는거미 | 2005.12.03 17:17 | 조회 13061

밸리댄서 안유진


최근 밸리댄스의 열풍이 뜨겁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밸리댄스를 취미활동으로 즐기고 있고, 동호회 모임이나 호텔 파티 등에서 전문 댄서들이 잘 갖춰진 작품으로서 이 춤을 선보이기도 하며, 방송 매체에서도 다각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밸리댄스코리아의 안유진 교수가 있다. 최근 모 TV드라마에서 밸리댄스 학원의 강사로 출연하기도 해 더욱 인상깊었던 안유진씨를 만나러 압구정동 밸리댄스코리아 스튜디오로 갔다. (이하 안유진:안, 김만지:김)

김: 춤의 입문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안: 보수적인 가풍에서 자랐던 까닭에 어릴 때는 춤을 접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호주로 이민을 가게 되었었는데, 그쪽 학교를 다니면서 교양수업으로 있었던 밸리댄스를 처음 배우게 되었다. 스무살 무렵이었으니 춤의 시작은 늦은 편이었지만, 매력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구나 매우 유명한 밸리댄스 춤꾼이 옆집에 살고 있었다. 그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혼자 이것저것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연구한 것도 많다.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많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는 춤이었다. 이 춤의 종주국은 아랍, 터키,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 중동지역이지만, 지금은 종주국의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김: 흔히 밸리댄스에 대해서는 ‘중동지역의 배꼽춤’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좀 더 상세한 이 춤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 안: 이 춤의 기원에 대해서는 관능성과 제의성이라는, 두 가지 다소 상반된 의견이 주를 이루는데, 첫 번째는 술탄의 할렘에 거주하는 메즈데케(우리로 치면 궁녀들이라고 볼 수 있다)가 왕에게 간택되기 위해 관능적인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의 유적들에서 발견되는 신전 조각상같은 유물들을 보고 유추한 것인데, 아마도 고대 신전의 여제사장들의 제의춤이 이러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장르의 춤들도 그러하듯이, 20세기 이후 이 춤이 세계화과정을 겪게 된 것은 주로 미국의 춤문화 속에서였다. 재즈댄스나 컨템퍼러리 댄스 하는 춤꾼들이 밸리댄스를 수용하게 되면서, 동작도 다양화되고, 동선이 커지고, 군무가 생기고, 소품도 많아졌다. 공연에서 주류로 쓰이는 스타일이 ‘아메리칸 캬바레 밸리’스타일이고, 이 외에도 요가와 접목된 ‘트리발’스타일 등 다양한 스타일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김: 이 춤의 어떤 매력에 특히 끌렸는가? 안: 공연과 피트니스 두 부분에서 다 매력이 있었다. 공연 측면에서 이 춤은 역사가 길고, 화려하고, 무한한 스타일 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복부를 주로 움직이고 다른 부분은 절제하는 특징을 가진 것이 매력이 있었다. 피트니스로서 이 춤은 집중적 근육운동을 통해 복부비만을 없애주고 생식기계통을 건강하게 해 준다.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고 운동효과가 크다. 디스크 환자인 회원도 있었는데 이 춤이 허리보다는 고관절을 움직이는 것이다보니 무리없이 출 수 있었고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한다. 몸치나 박치탈출에도 도움이 된다. 이 춤을 배우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처럼 느끼는 거 같다.
김: 터키 등 밸리댄스 종주국에서는 어떤 교육 시스템, 공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안: 나 역시 1년에 23회 정도 종주국들을 다니며 클래식 밸리를 접하곤 하는데, 사실 클래식 한 것들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만의 맛이 있다. 마치 한국 전통춤이 세월을 경험하면서 농후한 맛을 내듯이 클래식한 밸리는 적어도 십년은 넘어야 깊이가 나온다는 말들을 한다. 클래스 수업도 그런 식이라, 팔동작만 한 시간씩 한다던지 한다. 그러나 공연이건 교육이건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주로 관광업소의 춤꾼들 속에서 전수되고 공연된다. 그래서 큰맘먹고 터키에 춤 배우러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외에는 아예 연예인처럼 방송활동 위주로 하는 춤꾼들, 메즈테케, 앗세나, 탄예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터키에 가서 방송출연을 하면서 그곳에서 유명해졌다. 요즘 우리나라에 밸리댄스 붐이 일어나면서 터키에 가서 몇일이나 한달 정도 배우고 와서는 대단한 경력인 양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기본적으로 종주국에 가서 경험한다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클래식 밸리는 그렇게 단시간에 대충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김: 사실 이 춤은 그 테크닉 자체가 단순반복이 많고, 몸의 일부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극장성이나 예술적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듯 한데, 이 테크닉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안: 앞서 얘기했던 미국식 밸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된 것이다. 나 스스로는 13년째 이 밸리댄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클래식 스타일과 미국 스타일을 접목하고, 거기에 한국적 상황에 맞는 변형을 가해서 기본 훈련 체계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베이직은 공연 뿐 아니라 피트니스 효과도 염두에 둔 것이고, 동적이며, 가요리믹스 음악을 써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노력이 결실을 얻는지 지금은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밸리댄스가 더 활성화 되어 있다. 나의 꿈은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밸리 댄스 종주국’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이번에 광주여대 무용과에서 밸리댄스 전공을 처음으로 뽑고 내가 교수로 가게 되었다. 학사과정에 전공으로 개설된 것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최초이다. 이미 나는 밸리댄스의 보급을 위해 워크샵이나 대회를 많이 열었고, 내년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다. SIDANCE2004에서는 나를 비롯하여 외국의 밸리댄스 세 팀이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요즘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사들에 참여하고 있어서 나도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세계적인 밸리 스타가 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년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회나 공연에서의 안무 구성은 대략 어떠한지 알고 싶다. 안: 주로 6분 내외의 소품들 위주이고, 타블라라는 드럼소리에 맞춰 추는 드럼솔로가 꼭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대회에서는 ‘유니버셜 스타일’과 ‘퓨전 스타일’의 두 종목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소품(방울, 날개, 지팡이, 칼, 막대기, 부채 등)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고, 후자는 자유로운 혼합 양식이 가능한 것이다. 보통 유니버셜에서 수상해야만 인정을 받게 되고 전세계 밸리 문화를 겨냥한 에이전시들이 붙게 된다. 그러면 전문 에이전시에서 DVD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외국 순회 공연을 주선하게 된다. 유명한 에이전시 중에 www.superstar.com이라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렇게 스타가 된 밸리춤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체격적 한계 때문에 꽤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신 거 같은데 한계를 느끼신다니 이해가 안된다. 안: 내가 168인데 서양애들은 기본적으로 173은 넘는다. 게다가 글래머가 많고. 밸리에서는 ‘슘’이라는 떨림 동작이 특징인데, 이 맛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려면 일단 몸이 글래머일 필요가 있다. 동양인들이야 서양인 글래머와 비교가 안되니까. 우리나라는 밸리 문화가 너무 다이어트에 맞춰져서 오히려 멋없이 마른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연과 피트니스 두 차원으로 맞춰지면서 점점 전문 공연자들은 밸리에 맞는 체형을 갖추는 추세가 될 것 같다.
김: 이 춤이 가지는 특유의 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안: 긍정적으로 본다. 자신감을 드러나게 한다는 면으로 볼 때. 물론 나쁘게 가면 성상품화가 될 수도 있지만, 일단 요즘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쓰고 만족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이 관능성은 유의미하다.
김: 외국에서는 밸리댄스가 전문 공연물로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예컨대 아이리쉬 탭이나 아르헨티나 탱고가 하나의 공연물로서 세계적인 성공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안: 주로 소품 위주이다. 터키의 안무가 아태쉬가 만든 <휴렘술탄>이라는 작품이 아마도 그렇게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이리쉬 탭으로 된 히트작들처럼 상업적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김: 테크닉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안: 일반인 클래스는 반복적이고, 베이직 위주이다. 워밍업과 베이직 1-4까지 하고 정리동작을 하는 식이다. 전문인 클래스는 베이직도 하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콤비네이션을 많이 연습시킨다. 전문인들은 특히 ‘무용기본수업’을 꼭 들어가게 하는데, 무용 전공자들이 밸리에 필요한 발레나 현대무용 동작들을 뽑아서 만든 기본 훈련이다.
김: 자격증 시스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싶다. 춤예술에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 좀 이해하기 힘들기도 한데, 자격증은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가? 안: 공연예술로서의 춤을 생각하면 자격증 제도가 말이 안되지만, 일반인들이 피트니스로서 이 춤을 대할때는 공인된 것을 원하기 때문에 만들었다. 자격증으로 대우를 받고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곳을 ‘대한밸리댄스협회’라는 사단법인으로 만들었다. 내가 국내 밸리댄스 1호이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여러 단체들과 자격증들 때문에 오해가 생겨나기도 하고, 때론 화 날 일도 생기고 했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본다. 그렇게라도 밸리댄스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은 멀리 볼 때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 최근 유행하는 대중춤들은 대개 커플댄스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여가활동으로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 그러나 밸리댄스는 주로 솔로댄스 이다보니 레크리에이션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는 듯하다. 솔로 외에 다른 형태도 있는가? 안: 솔로 아니면 군무이다. 오히려 파트너쉽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게 밸리댄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김만지씨 얘기를 들으니 커플 댄스 형태로도 개발하면 좋을 거 같다.
김: 고정질문인데, 동성친구가 사랑을 고백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안: 남편밖에 없다.(웃음) 글쎄다, 십년정도 젊었으면 생각은 해봤을지 모르겠지만, 난 남편밖에 모른다. 사실 스토커 같은 회원들 때문에 고생도 꽤 했었고, 인터넷도 안하게 되고 했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다.
김: 즐거운 대화 감사드린다. 아시아 밸리댄스의 선두주자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인터뷰 * 사진/ 김만지 ds@dancingspi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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